늦사랑과 치열한 삶, 치매…중·노년 다룬 연극 '3색 무대'

입력 2017-07-26 18:35   수정 2017-07-27 07:39

'그와 그녀의 목요일'
내달 20일까지 드림아트센터…50대 두 남녀의 색다른 사랑

'펜션에서 1박2일'
대학로 해오름예술극장서 공연…시아버지·며느리의 갈등과 화해

'언덕을 넘어서 가자'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서…초등동창 세 명의 황혼기 삶



[ 마지혜 기자 ] 나이가 들수록 자신에게 솔직해지기 어렵다고들 한다. 어디에도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 견디는 일이 많아지면서 스스로의 감정에 둔감해지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배우자나 자식, 부모가 짐처럼 느껴지는 때도 찾아온다. 팍팍한 제 삶의 무게가 이들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만큼이나 무거운 순간이다.

중년과 노년의 삶을 그린 연극들이 서울 대학로 곳곳에서 공연되고 있다. 삶 본연의 고독이나 넉넉지 않은 형편의 어려움 등을 안고 살아가는 ‘어른의 삶’을 실감 나게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주인공들은 마음처럼 되지 않는 관계에 허덕이면서도 결국 관계 속에서 위로를 얻고 희망을 찾는다. 삶의 고단함과 그 속에 있는 향기 모두가 무대에 속살을 드러낸다.

대학로 드림아트센터에서 다음달 20일까지 공연하는 ‘그와 그녀의 목요일’(황재헌 작·연출)은 20대에 만나 사귀다 아이까지 낳았지만 부부는 아닌 50대 남녀 정민(성기윤, 조한철 분)과 연옥(윤유선, 진경 분)의 이야기다. 이들은 30여 년간 때로는 연인이자 천적으로, 때로는 친구이자 남매로 살아왔다. 서로에 대한 감정은 사랑부터 원망까지 넘나든다. 그래도 한 번도 터놓고 얘기해 본 적이 없다.

정민의 제안으로 이들은 매주 목요일에 만나 역사, 비겁함, 죽음, 행복 등에 대해 토론한다. 그 과정에서 정민은 비겁함 때문에, 연옥은 혼자 참고 버티기에 익숙한 성격 때문에 서로에게 솔직하지 못했다는 사실과 그간 꽁꽁 감춰온 각자의 마음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 둘의 관계와 삶은 자기 자신이나 소중한 사람에 대해 쌓고 있을지 모를 벽을 돌아보게 한다.

대학로 해오름예술극장에서 오는 9월3일까지 공연되는 ‘펜션에서 1박2일’(박종훈 작·신준영 연출)은 치매 노인을 모시는 한 가족의 이야기다. 한 집안의 가장 한국(윤석배, 강신구 분)은 아내 선영(오인순, 윤미하, 황인혜 분)과 함께 치매 노인인 아버지 만복(박부건)을 모시고 산다. 사업 실패로 집안 살림은 무너지기 직전이고 시아버지 병수발을 드는 선영은 나날이 지쳐간다. 한국과 선영은 결국 만복을 바닷가에 버리기로 한다. ‘가족끼리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싶지만 선영이 남편 한국에게 하는 절규를 들으면 공감이 아주 되지 않는 건 아니다. “당신이랑 내가 바짝 벌어야 우리 식구 겨우 먹고살까 말까야. 근데 아버님이 저러고 계시니 내가 식당에 나가서 불판도 닦을 수가 없어.”

이야기는 관객을 울리고 웃긴다. 고령사회로 인한 노인 문제를 다루는 한편 위트와 재치를 곳곳에 심어놨다. 극이 무겁지 않은 이유다. 치매 노인과 함께 사는 가족의 고민을 이해할 수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가족의 본질을 느끼게 한다.

다음달 17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개막하는 ‘언덕을 넘어서 가자’(이만희 작·최용훈 연출)는 황혼기에 접어든 초등학교 동창 세 명의 삶과 사랑을 그린다. 고물상을 운영하며 꽤 값나가는 땅도 갖고 있지만 매일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구두쇠 완애(이호재), 완애의 고물상에 얹혀살면서도 돈만 생기면 성인 오락실로 달려가는 철부지 자룡(최용민), 어린 시절 남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었으며 지금은 보험설계사로 바쁘게 뛰어다니는 다혜(남기애)가 주인공이다.

연극은 이들의 비루하지만 빛나는 삶, 뒤늦게서야 확인한 서로에 대한 사랑을 그린다. 꼬인 과거와 빗나간 선택을 원망하지 않고 자신을 지키면서도 서로 어울리는 법을 익힌 황혼의 삶을 느긋하게 관조한다. 2007년 초연 당시 “젊은이들의 사랑이야기 일색인 공연가에서 실버세대의 나이를 넘어선 사랑을 그려 실버연극의 지평을 열었다”는 평을 받은 작품이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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